한국 여자축구에 고강도·적극성 입힌 벨 감독의 '열정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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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에 고강도·적극성 입힌 벨 감독의 '열정 리더십'

베링 0 633 2022.02.03 18:54

유럽서 여자 챔스 우승 등 풍부한 경험…한국에선 '아시안컵 결승' 새 역사

기자회견하는 콜린 벨 여자축구대표팀 감독
기자회견하는 콜린 벨 여자축구대표팀 감독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한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콜린 벨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9.10.22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이라는 사실만으로 '새 역사'인 콜린 벨(61·잉글랜드) 감독이 팀을 새로운 길로 이끌고 있다.

벨 감독은 2019년 10월부터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을 맡았다.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서 3전 전패로 조별리그 탈락한 뒤 도약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대한축구협회는 여자 대표팀에도 외국인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판단 속에 유럽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벨 감독을 선택했다.

벨 감독은 28세에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다양한 팀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아오다가 2011년 바트 노이에나르부터는 여자팀을 주로 맡으며 성과를 냈다.

2013년 독일 여자 분데스리가 FFC 프랑크푸르트 감독으로 취임해 2014년 독일컵 우승, 2015년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15-2016시즌에는 노르웨이 명문 아발드네스 감독을 지냈고, 2017∼2019년엔 아일랜드 여자 대표팀을 이끌었다. 한국에 오기 직전엔 잉글랜드 남자 2부 허더즈필드 수석코치로 활동했다.

"한국 선수들의 잠재력을 봤고,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한국행 결심 이유를 밝혔던 벨 감독이 부임 후 일관되게 준 메시지는 '자신감'과 '적극성'이었다.

훈련 이끄는 콜린 벨 감독
훈련 이끄는 콜린 벨 감독

(강진=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최종예선 중국과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19일 전남 강진종합운동장 내 영랑구장에서 소집훈련을 가졌다. 여자A 대표팀 콜린 벨 감독이 선수들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2021.1.19 [email protected]

"선수들의 능력은 충분하다"며 '너무 착하게, 겸손하게' 한다는 걸 짚은 그는 "실수해도 괜찮다"고 수도 없이 얘기하며 자신감을 심어주고 장점을 끌어내려 했다.

낯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자신의 주문을 몸소 실천, 선수들과 소통의 폭도 넓혀갔다.

A매치 시작 전 국민의례 때 나오는 애국가를 직접 부르는 모습을 보일 정도였는데, 최근엔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강조하고 싶은 어휘를 영어 대신 한국어로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력에선 탄탄한 수비 조직을 강조해왔다. 벨 감독은 공격적인 경기를 위해서도 수비 조직력이 우선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지론을 펼쳐왔다.

앞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모두가 많이 뛰며, 그라운드를 넓게 써서 공간을 찾아 기회를 만드는 축구를 원했다.

모든 지도자가 원할 법한 이런 경기를 벨 감독은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 올림으로써 실현하려 했다.

'고강도'라는 말은 벨 감독의 입에서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한국어 단어다. 실제로 벨 감독의 훈련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는 게 선수들의 반응이다.

지난해 10월 미국과의 친선경기 당시 대표팀의 경기 모습
지난해 10월 미국과의 친선경기 당시 대표팀의 경기 모습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여자 축구는 그의 부임 이후 확실히 '부딪치는' 힘이 생겼다. 결과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럽파 없이 치른 데뷔전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때는 중국과 0-0 무승부를 기록, 상대 전적 4연패에서 탈출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과도 잘 싸우다 통한의 페널티킥 실점으로 0-1로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지난해 4월 플레이오프에서도 한국은 중국과 접전을 벌였다.

단 한 골 차로 밀려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을 놓친 건 아쉬웠으나 홈 1차전을 패한 뒤 원정 2차전에서 연장전으로 끌고 가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후 9월 아시안컵 예선 2연승으로 본선에 안착하자 벨 감독은 이때부터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일본, 호주, 중국 등 기존 강호의 아성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시안컵 본선을 준비하며 치른 평가전에서 '벨호'는 경쟁력을 확인했다.

작전 지시하는 벨 감독
작전 지시하는 벨 감독

(고양=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30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여자 축구 한국과 뉴질랜드의 친선경기 2차전에서 한국 콜린 벨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1.11.30 [email protected]

지난해 10월 '세계 최강' 미국과의 원정 평가전 첫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 미국의 A매치 홈 22연승을 끊어냈다. 2차전에선 0-6으로 완패하며 따끔한 예방주사도 함께 맞았다.

이어 11월엔 안방에서 뉴질랜드와 두 차례 친선경기를 치렀다. 첫 경기를 2-1로 승리하며 자신감을 충전했다.

평소엔 대체로 유쾌하고 긍정적 태도로 주변도 웃게 하는 벨 감독이지만, 마냥 선수들을 어르거나 감싸지만은 않는다.

승리욕이 강한 그는 하지 않아야 할 실수나 아쉬운 패배에는 화도 내고 직설적으로 실망감도 표현하며 선수들에게 자극과 동기부여를 준다.

뉴질랜드와의 두 번째 평가전에서 좋지 않은 경기력으로 0-2로 패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간 뒤 "후반엔 무슨 축구를 했는지 모르겠다. 경기를 버렸다"며 분노의 기자회견을 한 장면은 대표적이다.

30일 호주와의 8강전 이후 지소연과 자축하는 벨 감독
30일 호주와의 8강전 이후 지소연과 자축하는 벨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열정의 지도자' 벨 감독과의 동행 속에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된 한국은 아시안컵 본선에서 빛나고 있다.

부임 당시 20세가 되지 않은 추효주(수원FC)를 처음으로 성인 대표에 발탁해 주로 맡던 측면 공격수 대신 윙백으로 안착시킨다든지, 미드필더 이영주(마드리드 CFF)를 중앙 수비에 세우는 등 선수 기용과 전술의 유연성으로 구축한 '벨호'는 단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베트남, 미얀마에 조별리그 초반 2연승을 거둔 뒤 고비로 꼽히던 일본과의 3차전에서 먼저 한 골을 내주고 따라잡아 무패로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선 이번 대회 출전국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은 호주(11위)를 1-0으로 제압,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확보했다.

피지컬이 강한 상대를 만나면 특히 힘겨운 모습을 보이곤 했던 과거를 완전히 지운 한국 여자 축구는 3일 필리핀과의 준결승에선 오히려 더 수월한 2-0 승리를 거두며 사상 첫 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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