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40돌] ③ 양적 팽창과 부실한 내적 성장…40년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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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40돌] ③ 양적 팽창과 부실한 내적 성장…40년의 명암

베링 0 859 2022.01.01 07:00

물가 조정한 선수 최고연봉 30.68배 증가…최저연봉은 고작 1.36배 상승

중계권 수입 연간 760억원·타이틀스폰서 수입 80억원으로 급등

갈 길이 먼 구단 자생력…매출 대비 모기업 의존도 여전히 높아

프로야구 개막 원년 모습
프로야구 개막 원년 모습

1982년 3월 프로야구 개막식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1982년 태동한 프로야구는 지난 40년 동안 양적, 질적 팽창을 이뤘다.

프로야구는 197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리던 고교야구를 발판 삼아 대중 스포츠로 자리매김했고, 1986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 서울 올림픽 유치로 스포츠에 관한 국민 정서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1990년대 최고 인기를 구사하던 프로야구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와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에 따른 팬 이탈 현상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2000년대 후반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국내 최고의 프로스포츠 지위를 찾는 데 성공했다.

탄력을 받은 프로야구는 제 9구단 NC 다이노스, 제 10구단 kt wiz를 창단하는데 이르렀다.

프로야구는 성장한 인기만큼이나 산업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냈다.

태동 초기 때와 수치를 비교하면, 프로야구가 얼마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82년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오른 OB 베어스 박철순
1982년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오른 OB 베어스 박철순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선수 최고연봉 30.68배 증가…최저연봉은 1.36배 증가

프로야구 출범 당시 선수들은 등급별로 보수를 받았다.

당시 특급 선수가 받았던 금액은 계약금 2천만원, 연봉 2천400만원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82년 대비 2020년 물가상승배수는 3.667배로, 2천400만원을 현재 물가로 환산하면 약 8천800만원이 된다.

올해 프로야구 최고 연봉 선수는 SSG 랜더스의 추신수로 27억원을 받았다.

물가를 조정한 최고 연봉 선수 보수는 무려 30.68배로 늘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SSG 랜더스와 계약한 추신수
SSG 랜더스와 계약한 추신수

[SSG 랜더스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email protected]

반면 최저 연봉과 평균 연봉은 그리 크게 늘지 않았다.

프로 원년 때 최저연봉은 600만원, 평균연봉은 1천215만원이었다. 물가를 조정하면 현재 기준 최저연봉 2천200만원, 평균연봉 4천455만원 정도다.

올해 최저연봉은 3천만원, 평균연봉은 1억2천273만원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이 일부 스타 플레이어 중심으로 폭등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나마 선수 몸값은 프로야구 선수협회가 결성되고 자유계약선수제도, 에이전트 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오르기 시작했다.

프로야구 산업 자체는 선수 몸값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총관중 수는 6개 구단이 80경기씩 치른 1982년 총 143만8천768명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엔 728만6천8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이호준
이호준 '올스타전 중계는 내가'

이호준이 2015년 7월 18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직접 중계카메라를 잡고 관중을 영상에 담고 있다. 2015.7.18 [email protected]

◇ 헐값에 팔았던 중계권…이제는 황금알 낳는 옥동자

프로야구 구단들은 1980년대 모그룹의 홍보 역할을 하는 데 주력했지만, 200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각 구단은 입장권 판매 수익, 광고 수익, 마케팅 수익을 창출했고, 아울러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벌어들이는 중계권·스폰서 수입으로 구단 운영비용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게 됐다.

KBO가 마케팅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부터다.

1997년 기획조사부를 신설해 마케팅 분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마케팅 사업을 총괄하는 독립 영리법인 KBOP를 만들어 2000년대부터 중계권 협상, 타이틀스폰서 계약을 주도했다.

프로야구 초창기 '무료'에 가까웠던 중계권료는 2000년대 후반부터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실 방송사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 프로야구 중계를 거의 외면했다.

1998년 OB 베어스의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가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쳤을 때 중계하는 방송사가 없어서 팬들은 스포츠뉴스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해야 했다.

2002년 77억원의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독점 중계 권한을 잡은 KBS는 계약한 최소 중계방송 횟수를 채우지 않기도 했다.

상황은 야구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급변했다.

KBO-지상파 3사 업무협약 및 중계방송권 계약 조인식
KBO-지상파 3사 업무협약 및 중계방송권 계약 조인식

2020년 2월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회관에서 열린 'KBO 리그 활성화를 위한 KBO-지상파 3사 업무협약 및 중계방송권 계약 조인식'에서 손근영 SBS 스포츠 국장(왼쪽부터), 황승욱 MBC 스포츠국장, 이기문 KBS 스포츠국장, 정운찬 KBO 총재, 류대환 KBO 사무총장이 서명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계권료는 2000년대 중반 폭등하기 시작했다.

KBO는 2010년 연간 200억원 이상 규모이던 중계권을 2015년 484억원으로 키웠다.

지난해엔 KBS, MBC, SBS 지상파 3사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총 2천160억원, 연평균 540억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KBO가 중계권 판매로 얻는 수익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KBO는 지난해 2월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과 관련해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5년간 1천100억원, 연평균 22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KBO는 중계권으로만 연평균 760억원 이상을 벌고 있다.

신한은행-KBO,
신한은행-KBO, 'KBO 리그 타이틀 스폰서' 2023년까지 연장

신한은행과 KBO 관계자들이 11월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KBO 리그 타이틀 스폰서 조인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양사는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2023년까지 2년 연장하기로 확정했다. 왼쪽부터 KBO 이진형 사무1차장·류대환 사무총장·정지택 총재, 신한은행 진옥동 은행장·조경선 부행장·이승호 부장. [KB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 4억원에 시작했던 타이틀 스폰서 수입, 80억원으로 폭등

광고효과가 커지면서 타이틀 스폰서비도 급등했다.

KBO는 1998년에야 처음으로 타이틀 스폰서 계약으로 돈을 벌었다. 당시 KBO는 현대차와 4억원에 포스트시즌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타이틀 스폰서로 수입을 낸 첫 사례다.

정규시즌 타이틀 스폰서는 2000년 처음 끌어냈다. 삼성증권과 30억원에 계약했다.

이후 타이틀 스폰서 수입은 중계권 수입처럼 급등했다.

2014년 한국야쿠르트는 65억원, 2015년 타이어뱅크는 3년 210억원의 스폰서 비용을 지출했다.

그리고 2018년 1월 신한은행과 역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인 3년간 240억원에 계약했다.

신한은행은 후원 계약을 1년 연장했다.

KBO는 방송 중계권료와 타이틀 스폰서비를 10개 구단에 분배하고 있다. 각 구단은 두 가지 수입으로만 연 80억원 이상을 번다.

그 사이 KBO의 예산도 크게 늘었다. KBO의 1982년 예산은 총 8억2천7백15만원에서 2021년 201억원으로 증가했다. 물가를 조정해 다시 계산하면 6.63배가 늘어난 셈이다.

구단기 흔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구단기 흔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3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정지택 KBO 총재에게 구단기를 전달받은 뒤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아직은 부실한 내적 성장…고질적인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단들

프로야구 구단 자체의 가치도 크게 치솟았다.

1985년 청보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약 70억원에 인수했는데, 올해 1월 신세계그룹은 SK 와이번스를 1천352억8천만원(주식 1천억원, 토지와 건물 352억8천만원)에 매입했다.

구단의 1년 매출도 크게 늘었다.

각 구단의 매출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2020년 각 팀 매출액은 300∼4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더믹 이전엔 5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한 구단이 많았다. 관중 수입과 광고 수입이 뚝 떨어지면서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 이전 프로야구 전체 매출액은 5천억원 수준, 코로나19 시대의 매출액은 3∼4천억원 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단의 매출과 프로야구 산업 자체의 파이는 어마어마하게 커졌지만, 여전히 많은 구단은 모그룹 지원금에 기대서 살림을 꾸리고 있다.

야구 보러 온 신동빈 회장
야구 보러 온 신동빈 회장

4월 2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 LG의 경기. 롯데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다수 구단은 모기업으로부터 광고비 명목으로 매년 200억원 가까운 지원금을 받는다.

구단별로 매년 2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룹 사정이 안 좋아져 지원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코로나19 같은 특수한 경우에 부딪히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11월 2군 구장인 이천 베어스파크를 담보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290억원 자금을 빌리기도 했다.

프로야구는 4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양질의 성장을 이뤄냈지만, 각 구단은 여전히 고질적인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라운드 입장하는 NC 김택진 구단주
그라운드 입장하는 NC 김택진 구단주

지난해 10월 24일 창원NC파크에서 창단 10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리그 첫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김택진 구단주가 다이노스 팬들에게 인사하며 그라운드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각 구단이 자생하기 위해선 시장을 키우고 관중, 마케팅 수익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절실하다.

KBO 사무국과 10개 구단은 지난해 홈페이지 운영, 티켓 예매, 상품 판매 등을 하나의 창구로 일원화하는 통합마케팅 시스템 구축을 추진했지만, 구단들의 생각이 달라 의견을 하나로 모으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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